mosaic log

‘센’에서 다시 ‘치히로’로: 알고리즘 시대에 나를 찾는다는 것

mosaiclog_master_2026 / 2026년 01월 19일 / 0

오랫동안 사랑해 온 애니메이션을 최근 뮤지컬로 다시 만났다. 스크린 속 그림이 배우들의 땀과 숨소리가 느껴지는 무대로 옮겨지는 순간, 나는 이상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익숙한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

그제야 깨달았다. 무대 위 온천장 ‘유야’의 풍경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불편했던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들, 손님의 기분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일터,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존재들. 그건 판타지 속 온천장이 아니라 2026년을 사는 우리의 초상이었다.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나는 ‘이름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유바바는 ‘치히로(千尋)’라는 이름에서 ‘센(千)’만 남긴다. 천(1000)이라는 숫자. 한 사람의 역사와 관계가 담긴 이름이 차가운 숫자로 바뀌는 순간, 치히로는 더 이상 부모님의 딸도, 누군가의 친구도 아닌 그저 온천장의 일꾼 하나가 된다.

이 장면이 유독 아프게 다가온 건, 우리도 매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사번으로, 은행에서는 대기번호로, 온라인에서는 ID와 팔로워 수로 불린다. 이력서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떤 스펙을 가졌는지가 적힌다. 그렇게 조금씩 이름이 지워지고, 그 자리를 숫자와 직함이 채운다.

하쿠의 이야기는 이 과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본래 이름인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이름을 잃자 고향도, 정체성도, 자유도 함께 사라졌다. 그는 유바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답글 남기기